[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美정부-언론 일제히 우려 목소리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발표에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역사 및 무역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북 안보 협력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중령)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국은 함께 공조할 때 더 강해지고 동북아시아가 더 안전해진다. 정보 공유는 한미일 공동의 방어정책과 전략 발전의 핵심”이라며 “한일 양국이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독려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 등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문재인 정부에 협약을 파기하지 말 것을 설득해 왔으나 협정이 파기된 점을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관리들이 중국과 북한의 역내 위협에 대비한 미 동맹국 간 협력을 촉구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며 “이미 무역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정 파기) 결정은 한일 갈등이 전례 없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협정 파기의 파급력이 불명확하지만 이 결정은 미국이 지역 안보를 위해 (한일) 양국과 협의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움직임은 북한의 미사일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기 위해 양국의 협정 지속을 압박해온 미국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런 움직임은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축소되는 추세를 다시 보여주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이 명확한 안보 우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한국을 수출우대국 지위에서 제외하면서 양자의 안보 협력 환경이 급변했다”고 배경을 전하며 “(파기) 결정은 양국 간 안보 협력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실망(dismay)을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협정 파기 결정 직전까지 연장될 것으로 낙관해 왔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아시아를 방문한 데이비드 버거 미 신임 해병대사령관은 21일 일본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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