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 측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해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미국 정부에서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일(22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일본 쪽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소위 지소미아의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일관계의 문제로 인해서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가 한일과의 소통했던 부분들을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청와대의 설명과 다소 거리가 있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이 지소미아와 관련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린 (한일) 양국에 각각 계속해서 관여하고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해 왔다”며 “한국과 일본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는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린 한일 양국이 관계를 올바른 곳으로 정확히 되돌리길 바란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그들이 함께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strong concern)와 실망(disappointment)을 표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우린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한일관계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방위와 안보협력은 반드시 온전히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우린 한일양국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 및 3자 간 방위·안보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이 같은 입장을 내놓기에 앞서 ”양국이 입장차를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협력하길 권장한다“고 발표했었지만, 불과 수 시간 만에 ‘실망’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놓고 전 외교부 고위인사는 ”미국과 소통이 아닌 일방적 의사 전달을 미측이 마지못해 수용한 것을 놓고 청와대가 ‘이해했다’고 발표한 것일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선 한미일 3각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서 한미 동맹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우선적인 우려 사항이다. 그래서 폐기 결정에 앞서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이 중차대하다. 한미일 3각 공조는 미국의 대중국, 동북아시아 전략에서 핵심 요소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파기 결정이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구상, 그리고 한반도 문제와 연결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에 대한 원칙적이고 일관성있는 대응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분리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메시지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후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끊임없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논의도 함께 있었다“며 ”미국측에 소통을 하는 준비들을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정부와 설명과 달리 미국 정부에서 종료 결정과 관련해 불만이 제기되는 만큼 대미 설득 작업이 충분했느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가는 ”지소미아 파기했다고 해서 미국이 한미 동맹 깨지 못한다. 한국이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은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는 중요한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은 고려 대상에서 빼야겠구나라고 인식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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