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실망 쏟아낸 美국무-국방부, 백악관과 조율 거친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1일 03시 00분


美 행정부 소식통 분위기 전해
“한국정부 대신 文정부라 쓰는것도 文정부에 실망 표명하려는 취지”
“우리 입장 백악관에 지속적 전달”… 靑은 지소미아에 여전히 강경

최근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비판 메시지가 백악관과 조율을 거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 행정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29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이 최근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밝힌 것과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 행정부처는 자체 담당 업무를 주도하고 관련 성명을 내지만 백악관과 조율을 거친다”고 밝혔다. 행정부 관계자들의 지소미아에 대한 메시지가 백악관과 협의를 거쳤다는 뜻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관련해 백악관과 ‘하우스(house) 대 하우스’ 차원에서 긴밀하게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공개적 비판이 미 행정부 내의 온도 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우리 정부가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망했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급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급기야 외교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 측에 공개 비난 자제를 요청했지만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 고위급의 실망 표명이 이어졌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28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 역시 백악관과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의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미 정부 관계자들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관련해 ‘한국 정부’라는 표현 대신 ‘문(재인) 정부(Moon administration)’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해당 이슈를 한미 간 이슈로 부각시키기보다 문 정부의 결정에 실망을 표명하려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한미동맹 균열 우려에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 조치를 철회하기 전까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백악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다음 달 4∼6일 열리는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불참 배경을 묻는 본보 질의에 “슈라이버 차관보의 일정상 불참하게 됐다”며 “미국이 매년 참석해 온 것은 아니다. 향후 참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서는 이번 SDD 불참 역시 최근 일련의 사태와 맞물려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한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엄청난(extremely) 실망을 하고 있고 행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를 위해 어렵게 이뤄낸 협정을 희생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 문병기 기자
#지소미아 파기#백악관#미국#문재인 정부#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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