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작업’ 집중한 스틸웰…‘지소미아 강성’ 넘는 게 관건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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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7일 1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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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첫번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첫번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오는 22일 밤 12시로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유지를 희망해 온 미국이 청와대를 상대로 작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도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문제에 ‘강성’으로 알려진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다.

7일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전날(6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면담을 위해 방문했던 청와대(김현종 2차장)와 외교부(강경화 장관 및 조세영 1차관), 국방부(정석환 국방정책실장) 가운데 면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공식적으로 ‘지소미아’를 언급한 곳은 청와대가 유일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현종 차장과 스틸웰 차관보의 면담 결과를 전한 서면브리핑에서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했다.

이와 달리 외교부는 “한일간 현안 관련, 강 장관은 그간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법 마련을 위해 우리가 취한 노력을 설명했고 미측은 이러한 노력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만 밝혔다.

실제로도 스틸웰 차관보는 전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장·차관을 연이어 만나서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의미 있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과 스틸웰 차관보의 면담에서 한일 현안을 놓고 지소미아가 언급이 되긴 했지만 미국측은 그 때도 주로 듣는 쪽이었을 뿐 지소미아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 면담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한반도 안보정세 공유 및 정책 공조,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측은 이번 면담이 한미 외교·안보부처 당국 간의 소통을 한층 강화한 계기로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스틸웰 차관보가 외교부 장·차관,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는 각각 30여분씩 면담을 가진 반면, 김현종 차장과는 두 배에 이르는 70분간 대화를 이어간 것도 특기할 만하다. 고민정 대변인은 김현종 차장과 스틸웰 차관보가 “예정된 시간을 넘겨 70여분간 면담했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전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현종 차장과 면담을 마친 후 오후에 국방부로 들어서면서 기자들이 오전 외교부 면담을 염두에 두고 ‘오늘 지소미아에 대해 논의를 했느냐’고 묻자 “환상적인 논의를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답변이 명확하게 지소미아를 지칭했는지는 불확실한 면이 있지만, 당시 면담 순서상 청와대에서 김현종 차장을 만나고 온 이후여서 실제 지소미아에 대한 언급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오후 2시쯤에는 스틸웰 차관보의 청와대 방문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이런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전날 스틸웰 차관보의 지소미아 압박 동선은 청와대를 향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협정 주체는 외교부이지만, 사실상 지소미아 복원을 위한 키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8월 말 지소미아의 종료 결정이 이뤄진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를 거친 후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특히 미국측은 청와대 내에서도 김 차장을 상대로 담판을 짓는 것이 지소미아를 복원하는 데 있어 관건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김 차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여러 차례 브리핑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스피커’ 역할을 맡는가 하면 미국 출장 등으로 대일(對日) 대응을 현장에서 이끌어 왔다.

김 차장은 지난 8월 말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릴 때 지소미아 종료를 주장한 인사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김 차장을 “지소미아 파기에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했고,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지난 9월 국회에서 김 차장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김 차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틸웰 차관보가 ‘강성’인 김 차장을 상대로 예정시간을 넘겨 면담을 이어간 점으로 미뤄 지소미아 종료의 재고를 집요하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스틸웰 차관보의 ‘환상적인 논의’ 언급이 이를 시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김현종 차장은 (지소미아 등)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해야 할 만큼 미국측 압박 수위가 높았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자세히 언급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무조건 끌려가는 구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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