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日 방위상, 정경두 국방장관에 초계기 사건 거론
정경두 "문제는 일본의 초근접 비행, 강한 유감 표명"
지소미아 문제 해결 급박한데 대립하는 사안 또 꺼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수일 앞둔 급박한 시점에 양국 간 접점 형성이 어려운 ‘초계기 사건’을 거론했다. 이에 일본 측이 애초에 지소미아 문제 해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노 방위상은 17일 오전(현지시각)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노 방위상은 정 장관에게 ‘한국군이 일본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조사(겨냥해 비춤)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장관은 “우리 군은 추적 레이더를 조사한 바 없다. 탐색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일본의) 초근접 비행이 문제”라며 “일본의 초계기는 정찰 감시 장비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무기체계 성능이 좋기 때문에 굳이 우발적 충돌이 예상되는 가까운 거리까지 안 들어오는 게 좋은데 너무 가깝게 온 게 문제였다”고 일본 측의 책임을 추궁했다.
정 장관은 고노 방위상의 발언에 유감을 전달했다. 정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실무적으로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한 데 대해서 강하게 유감 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양국 국방장관 충돌의 계기를 만든 초계기 사건은 지난해 12월부터 벌어졌다.
우리 군은 초계기 사건이 일본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 1월까지 수차례 우리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과 대조영함 등을 향해 저공비행해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 해상자위대는 우리 구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화기 관제용 레이더를 가동하며 위협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양국은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이 6월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18차 아시아안보회의 당시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이때도 시각차가 뚜렷했다. 당시 이와야 방위상은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 장관 역시 우리 함정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비춘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1년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사안임에도 고노 방위상이 굳이 이 사안을 국방장관회담장에서 꺼낸 것을 놓고 애초에 지소미아 관련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신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초계기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 인식과 일본 방위성의 생각은 180도 다르다”며 “일본 쪽에서는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준해놓고 안 했다고 발뺌하는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 청와대에 물어보니 전수조사를 했는데 우리 군 역시 레이더를 쏜 일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레이더를 안 쐈다고 해서 묻어둔 것인데 이번에 일본이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지소미아 관련 발언에 대한 대응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만나 “안보 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며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고노 방위상의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응인지도 모른다”며 “한국 정부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니까 (국방장관회담에서) 옛날 얘기를 다시 꺼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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