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늦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이 전해지자 재계 곳곳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일부에서는 한일 간 수출 관리 대화가 잘 풀리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철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전제로 사업부별 대책을 세워놓고 정부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재계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도 양국 관계 정상화를 희망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라는 ‘확전’으로 번지지 않아 한숨 돌리긴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산업계의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굳어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양국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문제로, 다시 지소미아 종료라는 군사적 갈등으로 번지는 공방 속에서 한일 양국 기업들은 갈등의 파장을 예측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조건부 연장이라는 타협안에 양국이 극적 합의한 이유 중 하나로 “재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일본과의 갈등이란 문제가 엎친 데 덮쳤고, 일본 관광 산업도 한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 흐름에서 벗어나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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