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고위인사들 “지소미아 연장, 현명한 결정…장기 갱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4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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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결정으로 양국이 파국을 피하자 미국 의회 고위인사들이 환영의 뜻과 함께 협정의 장기 갱신을 촉구했다. 미국 행정부도 연장 결정이 한일 간 수출규제 논의 진전 등 조건과 상관없이 사실상 갱신된 보고 후속조치를 밀어붙여 이젠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원 외교 및 군사위원회 지도부는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과 관련해 어렵지만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에 고무돼 있다”며 “이 핵심적인 협정의 유지는 동맹 및 양자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 군사위원회의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는 이어 “한국과 일본은 외교와 경제,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며 “한국이 이 협정의 장기 갱신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건부로 걸린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조속히 해결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협정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22일 한국 정부의 조건부 연장 결정이 나오자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지소미아를 갱신(renew)하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효력을 정지시킨다는 의미와 동결(freeze)이나 중단(hold) 표현은 쓰지 않았고, 청와대가 “지소미아 효력을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붙인 조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미국이 이 결정을 사실상 갱신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강조해 지소미아의 안정적 유지를 재차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협상의 물밑 중재에 관여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즉답을 피한 채 “무역 분야에서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재에 나서는 과정에서 일본 측을 압박했고, 수출규제 관련 논의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와 약속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지소미아 연장 결정과 수출규제 조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대의명분이 필요한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은 VOA에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면서 일본의 긍정적 행동이라는 모호한 조건에 기초한 조건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본질적 갈등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미국은 양 측의 다른 셈법을 면밀히 지켜보며 유연한 대응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양 측이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권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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