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는 별개란 입장을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25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지난 23일 0시로 예정돼 있던 한일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한국 정부 결정에 따라 ‘유예’되면서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한 가지 사안을 다른 것과 연관 짓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정부는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내년에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관련 경비로 현 수준의 약 5배에 이르는 최대 50억달러(약 5조88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에 현 수준의 4~5배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에 대해선 “(한미일 안보 협력에) 긍정적이고 희망을 갖게 한다. 한미일은 3국 협력의 편익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은 이 지역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일본 측이 ‘안보상 이유’를 들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자 “양국 안보 협력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다”며 한일 지소미아를 올해 시한까지만 운용한 뒤 재연장 없이 종료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던 중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오전 0시)를 약 6시간 앞두고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결정이 일본 측의 수출규제 해제를 전제로 한 ‘조건부’임을 강조했으나, 일본 언론들은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틸웰 차관보는 닛케이에 “(한일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은 ‘조연’으로서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우리(미국)의 개입은 단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론 아니다”며 필요 이상으론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한일 간엔 지소미아 문제와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 일본발(發) 수출규제 등 다양한 현안들 얽혀 있는 상황. 그러나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이 이들 현안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가운데 어느 한 쪽 편을 들 경우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은 (한일 간) ‘조정자’를 맡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앞으로 기한을 신경 쓰지 말고 시간을 들여 (논의한다면)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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