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7일 여야는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는 뒷전인 채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놓고 설전을 벌여 파행을 빚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정쟁을 치른 뒤 촉박하게 국감 일정을 잡은 탓에 증인 채택 문제를 사전에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감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했다. 그러나 증인 채택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고 낮 12시 정회가 됐다. 급기야 오후 6시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정상적 진행 불가’ 선언이 나오면서 밤늦게까지 질의 한 번 하지 못했다.
낮 12시 의원들이 자리를 뜬 국정감사장에는 환경부 공무원과 취재기자 일부만 남아 자리를 지켰지만 정회가 길어지자 환경부 공무원들도 자리를 떴다. 한 환경부 공무원은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증인들은 거의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증인들인데 애꿎은 환경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준비한 국감자료들이 아깝다”고 탄식했다.
이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에서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환노위가 유례없이 민간 증인을 거의 부르지 못한 채 국감을 하고 있다. 이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인지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의 고집인지 잘 모르겠다”며 “권 의원은 아예 국정감사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몰아붙였다. 권 의원이 야당의 기업인 증인 신청을 묵살한 데 대한 항의였다.
권 의원은 “국정감사의 주된 피감기관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다. 그와 관련된 민간인은 극히 예외적으로 불러야 한다”며 “국민여론도 기업인에 대한 소환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이건 또 새누리당의 방침이다. 오죽했으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부르는 건 지양해야 된다고 했겠느냐”고 맞받았다.
그러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새누리당의 방침이 그렇다면 새누리당만 그렇게 하면 된다”며 “다른 당에까지 강요하면서 의원에게 주어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간사는 오후 6시까지 4차례에 걸쳐 협의를 거쳤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 당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국정감사 파행의 책임을 상대 당에 돌렸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기업인 증인 채택을 막는 건 갑(甲)의 횡포를 방조하는 정당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합법적 활동을 한 기업인들에게 모멸감을 주면서 구태 국감을 또 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야당은 환경부와 고용부 감사 관련 민간 증인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35명을 요청했다. 이 중 23명이 기업인이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감도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정치개입 사건’ 등과 관련한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 공방이 격해지면서 1시간가량 공전하다 겨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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