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입법부 횡포’ 논란을 빚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수용한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을 재논의할 경우 “앞으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당청 간 충돌은 피했지만 여야는 6월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결과적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에 국회법 개정안 재논의를 촉구하고, 원안 수정 없이 정부로 넘어올 경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며 “다만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 전에 시행령 수정을 국회가 강제할 수 있는지를 명백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성이 없다면 굳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 취지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상임위가) 판단하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강제성이 없는 조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여야가 합의한 입법 취지로 보면 강제력이 부여된 게 명백하다”고 반박한다.
국회법 개정안의 재논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의 강제성 유무를 명확히 해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야당은 “재논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여당은 재논의에 대한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 재의결 시 부결되면 국회 일정은 파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누리과정 교부금 지원 규정,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규정 등 모법(母法)과 상충되는 시행령 사례 11건을 발표하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재논의 여부에 대한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했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생각된다”며 “대통령의 뜻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누리당이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시 다시 통과된다면 당청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만약 부결되면 여야 관계는 극도로 얼어붙을 게 뻔하다. 청와대와 야당의 ‘치킨게임’ 속에 새누리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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