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애증, 결국 파국으로 끝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朴대통령, 정치권 강력비판]朴대통령-유승민 ‘얄궂은 인연’

劉, 2005년 비서실장 맡으며 인연… 대선이후 잇단 쓴소리로 멀어져
갈등끝 돌아올수 없는 다리 건너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을 본 여권 인사들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이렇게 되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 뜻을 함께했던 정치 동반자였지만 현재는 정면으로 맞선 얄궂은 정치적 운명에 대한 소회다.

2005년 초선 의원이었던 유 원내대표는 당시 박근혜 대표의 삼고초려로 당 대표 비서실장이 된다. 이회창 전 총재의 ‘경제 교사’로 정계에 입문했던 유 의원이 ‘박근혜의 남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표에게 “쓴소리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고 박 대표도 이를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친박 내 야당’이라 불릴 정도였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정책과 메시지를 총괄하며 최전선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 저격수를 자임했다. 경선 패배 후에는 스스로 ‘자폐증’에 걸렸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은둔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강도 높은 소신 발언이 원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뒤에는 당명 개정에 반대했다. 올 2월 원내대표 당선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 논쟁에서 청와대와 다른 길을 걸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쟁 과정에서 현 정부의 대응 기조를 강력 비난했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선을 넘어버린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그는 “당청 소통이 부재했던 데 대해 송구스럽다. 청와대 ‘식구’들과 당청 관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쌓인 앙금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박대통령#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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