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은 26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에 대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독일의 산문 작가인 안톤 슈낙의 수필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나오는 어구를 인용하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 철책가를 거니는 그의 무서운 분노, 그의 외로움에 찬 포효, 그의 앞발의 한없는 절망,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는 안톤 슈낙의 슬픔에 이어 오늘은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간 청와대와 각을 세워왔던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을 푸시길 기대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편 평소 소신이 뚜렷한 유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인 것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내년 총선 때 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국민이 심판’ 운운했는데, 지지율 바닥 친 상태에서 유승민을 심판 할 국민은 바로 대구 유권자”라며 “‘깨갱’ 꼬리 내릴 만도…. 불쌍하지만 이해는 간다”라고 썼다.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박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대구(동구을)다.
진 교수는 “한 마디로 이는 대한민국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사태,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는 죽은 독재자의 후광이 정상적인 정당정치 과정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불행한 사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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