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에서 촉발된 여권의 내전(內戰)이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듭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유승민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다. 어느새 주류에서 밀려난 친박(친박근혜)계는 이 같은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파상 공세에 나섰지만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당심(黨心)을 뒤집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중재에 나서야 할 김무성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채널은 무력화된 상태다. 여권 내부에선 박심과 당심이 정면충돌하는 ‘치킨게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개발한 정치 참여 애플리케이션 ‘온통소통’에서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눈길은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29일 경기 평택시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원회의로 쏠린다. 유 원내대표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뜻이 관철될지, 내분 장기화로 갈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공세’] 서청원 “유승민, 자존심 세울 필요 없다” 사퇴 종용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주말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신임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공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우선 29일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공론화하는 것이 1차 목표다.
○ 친박계, 최고위원 집중 공략 나서
친박계는 최고위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데 주력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28일 “주말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등과 친박계가 접촉을 했고 이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원총회를 소집하기 위한 정족수(16명)도 채웠다.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7월 1일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겠다는 2단계 대응 전략이다.
친박계는 일종의 ‘충격과 공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여권의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사퇴에 동조할 듯
2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 원내대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6일 친박계 7인 회동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서 최고위원에게 일임하기로 한 만큼 29일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서 최고위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최고지도자(대통령)가 그런 말(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했으면 누가 옳은지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가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라 (유 원내대표에 대한 유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인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28일 “청(와대)과 최종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밀어붙여 파국을 가져온 일인데 원내대표가 아니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가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의 우군(友軍)이 돼줄 수 있는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유 원내대표 본인 등 3명 정도다. 김 대표는 26일까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를 감쌌다. 하지만 28일에는 “대다수 의원들의 의견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웠을 때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유 원내대표는 아직은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 최고위 압박 비판론도 제기
친박계의 파상 공세에 유 원내대표를 지지해온 일부 비박계 의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신임을 묻는 의총이 열리면 비박계에서 이탈 표가 나올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척을 지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박계가 대부분인 원내 지도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25일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당심의 급격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주말 내내 의원들을 접촉한 원내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세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가 최고위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당헌상 의원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라며 “이미 25일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에 의견을 모았는데 이를 최고위에서 뒤집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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