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에서 촉발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데 이어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려던 의원총회 소집은 보류됐다. 꽉 막혔던 전방에 ‘출구(出口)’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권 내부에선 국회에 다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처리가 예정된 7월 6일 국회 본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7월 6일 오후 2시 본회의를 개최해 첫 번째로 국회법 재의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내홍이 있는 가운데 좀 더 말미를 줘서 정리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국회법 개정안을 어떤 형태로든 매듭짓는 절차를 통해 유 원내대표가 주변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의장은 앞서 전날 국회법 개정안 재의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고, 이날 실천에 옮기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셈. 고비마다 정치력을 발휘해 파국을 막아 왔다는 평가와 함께 대치 정국을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새누리당이 6일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내홍을 촉발한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해 온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날을 유 원내대표가 거취를 결정할 ‘D데이’로 보고 있다. 자진 사퇴의 명분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사퇴 시한을) 못 박아서 말할 수는 없지만 (유 원내대표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서 생각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일 자신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여전히 “드릴 말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김무성 대표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의 내홍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자 새정치민주연합도 국회 정상화에 나설 태세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에 대해 (국회의장과 여당이) 일부라도 받아줘 감사하고 환영한다”며 “30일부터 상임위 일정을 포함한 모든 국회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국회 일정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이 다시 상정된다고 해서 통과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재의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일단락 짓고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청와대에 대한 공세는 지속할 계획이다.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은 “국회법이 일단락됐다고 해서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의 심각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와대와는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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