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국감’이 아니라 ‘기감(기업감사)’”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껏 부른 증인들을 몇 시간씩 대기하게 하다가 호통만 치고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 구태도 반복됐다.
이날 정무위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SK와 SK C&C의 합병과 관련해 각각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조대식 SK 사장이 출석했다. 야당 의원들이 대표이사의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정작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제외하고는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의원은 없었다.
김 의원은 “삼성물산이 회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이 진행됐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니었으면 이 시점에 이런 합병 비율로 합병을 추진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합병 결정은 경영 상황을 고려한 것이고 두 회사의 성장을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사장에 대한 질문도 이미 알려진 사안을 다시 지적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답변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산업위의 중소기업청에 대한 국감에서도 의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기보다는 호통 치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았다. 박원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영필 아임쇼핑 사장을 대상으로 질의응답 시간 5분 가운데 4분 30초가량을 질문에만 썼다. 이 사장이 “죄송하다”며 사과한 시간은 15초 남짓에 불과했다.
박은상 위메프 사장, 신현성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빅3’ 업체 대표들도 국감장에서 몇 시간 대기했지만 3명의 답변 시간을 합쳐도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이후 이 기업인들에 대한 다른 의원들의 질문은 없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강명구 신세계사이먼 대표의 답변이 30초를 넘기자 “시간이 없다”며 말을 끊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산업위 국감에 출석해서도 호통을 듣고 사과만 하고 돌아갔었다.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에 대한 국감에 민간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호통만 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국감을 ‘기업 길들이기’에 무리하게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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