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인 5·24조치에 대해 관련 부처 간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5·24조치의 주무(통일부)도 아닌 강 장관이 선제적으로 대북 교역 및 신규 투자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야당이 반발하자 말을 바꾼 것.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예민한 시점에 한국 정부의 외교 수장이 정부 내부 조율을 거치지도 않은 언급으로 불필요한 파장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질의에 “관련 부처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조치 때문인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답변이 대북제재 해제 논란으로 번지자 강 장관은 “5·24조치는 중요한 행정명령인 만큼 지속적으로 (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이 금강산 관광 중단은 “2008년 박왕자 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중단된 것”이라고 지적하자 “사실관계와 다르게 발언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집권여당 수장인 이 대표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만큼, 김정은이 비핵화에 더 적극 나서도록 대북제재 해제 카드로 설득해야 한다는 여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국방부와 통일부는 이날 5·24조치 해제와 관련해 사전 검토가 없었다고 밝혀, 강 장관이 행정부 내에서도 조율되지 않은 민감한 이슈를 실언(失言)에 가깝게 불쑥 언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을 당분간 이슈화시킬 태세여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의 골만 더 키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는 29일까지 진행된다.
:: 5·24조치 ::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같은 해 5월 24일 단행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 행정조치.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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