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재판관 3명의 공백 사태와 관련해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재판관 임명 지연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면서 코드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에 여당 의원들은 “헌재를 식물 상태에 빠지게 한 책임은 표결을 거부한 야당에 있다”고 맞받았다. 헌재 재판관은 9명이 정원인데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 3명의 선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표결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하는 전원재판부는 심판 기능이 중단됐고, 헌법소원 심판을 사전 심사하는 지정재판부도 파행 운영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여부 등 주요 사건의 심리가 늦어지고 다음 달 8일로 계획한 ‘자율형 사립고 헌법소원’ 변론도 순연이 불가피하다. 헌재법에 따르면 재판 관련 회의뿐 아니라 인사·행정 관련 회의에도 재판관 9명 가운데 반드시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헌재 재판관은 최소 퇴임 1개월 전(8월 18일) 후임자를 지명 또는 선출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8월 말 김기영 후보자를 추천했고,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3일 이영진 후보자를,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0일에야 이종석 후보자를 지각 추천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와 한국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후보자를 관례보다 늦게 지각 추천하고도 도덕성과 관련된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여야는 헌재 관계자들 앞에서 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반성부터 해야 한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 탄핵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을 수행하는 헌법기관이다. 여기서 내려지는 결정은 국가 운영이나 국민의 기본권 및 삶에 직결된다.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헌재의 기능을 공백 사태에 처하게 만든 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난해와 2011년에도 후임 인선이 늦어져 각각 9개월 및 1년여 8명 체제로 운영된 일이 있다. 일각에선 재판관 표결 역시 예산안처럼 자동 상정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한다. ‘식물 헌재’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여야는 후보자 인준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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