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4년 반 동안 기업들에 환급한 과징금과 가산 이자가 1조1190억 원이라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다. 공정위가 기업들에 일단 과징금 폭탄을 때려놓고 법원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에 다시 돌려준 것이다.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제재와 환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2013년에는 100억∼400억 원대였다가 2014년에 갑자기 2446억 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2356억 원이었다. 올해도 1∼7월 1173억 원이다. 과징금 환급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공정위가 기업들을 무리하게 조사했고 과징금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의미다. 과징금액이 많은 대기업의 담합행위와 관련된 조사와 소송이 많았지만 공정위가 패소해 토해낸 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공정위는 거액 과징금 소송을 대형 로펌에 위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형 로펌에는 공정위 출신 간부들이 대거 재취업해 있다. 한 대형 로펌에는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고문 11명 중 10명이 공정위 출신일 정도다. 기업들 역시 전직 공정위 출신들이 포진한 대형 로펌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공정위 출신의 몸값이 치솟는 구조다.
올 8월 공정위와 여당은 담합 과징금 최고 한도를 2배로 올리기로 했다. 일반 소비자를 위해 엄정한 처벌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조사나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이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도 기업들이 결정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철저한 증거 중심주의로 나가지 않는다면 불신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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