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법적 근거 없이 자의적 판단으로 국장급 간부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간부가 이에 반발해 직무 정지 명령에 대한 법적 검토까지 받음에 따라 위원장과 직원 간 초유의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근 유선주 심판관리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사안과 관련해 “신고만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건 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직권남용”이라고 김 위원장을 질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심판관리관실의 직원 다수가 ‘이유 없이 결재를 지연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유 관리관을 공정위 내부 갑질신고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사실을 접한 김 위원장은 이달 10일 유 관리관에 대해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이를 어기면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관리관은 법무법인으로부터 법에 근거를 하지 않은 직무 정지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받아 김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내부 신고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국장급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관가에는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유 관리관을 배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유 관리관은 공정위 전원회의 및 소회의의 표결 결과와 녹음기록을 남기는 ‘내부 회의록 지침’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 아울러 공정위가 과거에 처리한 사건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다른 직원들과 일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공정위는 유 관리관의 직무 정지는 정부가 올 7월 발표한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법연수원 30기인 유 관리관은 2014년 대전지법에서의 판사 생활을 끝으로 공정위에 들어왔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유 관리관은 “공정위 회의록 지침과 관련해 (지침을 폐기하라는) 사문화 압박을 받았다”며 “이후 정상화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갑질을 했다’며 직무 정지를 당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판사 출신인 유 관리관이 정의감을 갖고 일한 것은 맞지만 사건 절차나 법령 개정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조정되지 못했다”며 “신고에 따라 일시적으로 직무를 정지한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유 관리관에 대한 직무 정지가 논란이 되면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 부위원장은 8월 검찰로부터 재취업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김 위원장의 지시로 보고 및 결재 라인 등에서 모두 배제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업무 배제라기보다는 자제를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 부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업무 배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조속히 해소돼 대기업·중소기업 전문가로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벤츠의 국내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이 정치권 인사와 공정위 직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효성이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배우자인 박모 씨에게 시중가보다 약 42%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 직원들을 포함한 ‘관리 대상’에게 차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차량 출고 시점을 늦췄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충격적인 이야기”라며 “관련 자료를 신중히 검토하고 공정위의 소관 법률이나 다른 부처의 법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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