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화두에 ‘적폐 수사’ 지적도…법사위 국감 종료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9일 23시 08분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 10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법조계 최대 현안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관련 수사가 화두가 됐다.

또 검찰이 진행 중인 적폐 수사와 지방청에서 진행 중인 사건 등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다.

장내에서 잠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질의와 응답이 오가면서 법무부, 서울고등법원 국감과 같은 파행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국감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의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오후 9시37분께 끝났다. 법사위는 25일 대검찰청 국감을 진행한다.

◇사법농단 수사 도마에…윤석열 중앙지검장에 집중 포화

이날 국감에서는 사법농단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사위 위원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것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날 윤 지검장은 사법 농단 수사 진척과 관련해 “5부 능선은 넘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서 쟁점이 된 부분은 법원의 영장 기각 문제, 향후 진행 방향 등이었다. 영장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윤 지검장은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등 전체 소환자 규모에 관한 질의에 “행정처 근무 심의관 등 몇 년 사이에 근무하셨던 분들은 대부분 오셨다고 보면 된다”며 “한 80명 정도 오셨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 수사하지 않고 이 사건 종결한다는 것 상상할 수 있겠나’라는 질의에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 향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소환조사는 하지 않았고, 소환 요청은 한 번 했다”며 “본인이 받고 있는 2개 재판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조금 시간을 달라고 했다. 곧 소환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법부를 상대로 한 수사가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사람을 타깃(표적)하는 수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법부 주요 조직, 수뇌부 수사는 저희도 솔직히 곤혹스럽다”고 발언했다.

영장 발부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 양상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권남용과 관련해 검찰과 법원이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의했고, 윤 지검장은 “법정에서 입증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와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지 않는 한 상급심에서 무죄 부분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판결을 보니 직무라는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것 같다” “법원행정처가 재판 결과에 개입하거나 거래하라는 명문 근거가 없고 헌법에서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있어서 무죄가 나올 것이 우려된다”면서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적폐 수사, 드루킹, 검사 항명 사태 등 질의도 잇따라

검찰이 집중하고 있는 적폐 수사에 관한 위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폐 수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민생사건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중앙지검의 장기 미제사건이 9600건이다. 적폐 수사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특수 수사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라며 “민생 수사를 묵묵히 하는 검찰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질책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적폐청산 수사가 전체 34건이고 중앙지검에서 하는 것이 29건이다”라며 “분식회계 바로잡기라고 몰아가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에서의 수주에 실패했다. 적폐 수사 1호가 남긴 상처다”라고 지적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차경환 서울남부지검장을 상대로 댓글 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모(49)씨에 대한 고발이 있었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재경지검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금융권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언급하면서 “용두사미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실무자들만 처벌 받는 듯 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한 안미현 검사의 외압 의혹 제기와 관련해 “자유로운 의견 소통 개진과 별개 문제로 명확하게 뭐가 잘못됐는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혐의로 결론을 냈는데 안 검사의 문제 제기 방식을 계속 받아들이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장모 거론에 지검장 항의…‘노건호 500만 달러’ 두고 고성

이날 국감은 격론이 오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으로 질의와 응답이 오갔다. 하지만 윤 지검장 장모 관련 의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의 500만 달러 수수 의혹 등이 거론되면서 장내의 분위기가 얼어붙는 때도 있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오전 국감 질의에서 “피해자 9명이 윤 지검장 장모로부터 사기를 당해서 30억원을 떼였고, 사건이 은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배후에 윤 지검장이 있다고 온갖 곳에 말하고 있는데 장모 일이라고 모른다고 할 게 아니다. 장모가 아닌 본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런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저는 모르는 일”이라며 “중앙지검에 제 친인척 관련 사건은 하나도 없다. 이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고소나 소송이 들어온 게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 의원이 “지검장께서 장모와 부인 일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도덕성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몰아붙이자, 윤 지검장은 “담당 검찰청에 할 이야기 아닌가. 이게 어떻게 제 도덕성 문제인가” “국감장에서 이건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노건호씨의 500만 달러 수수 의혹 관련 수사를 둘러싸고는 여야 의원들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어느 정부에서든 권력형 부패비리 사건은 동일한 기준으로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고 하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의 가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노 전 대통령은 1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주 의원은 “인격적 모독이자 부적절한 발언이다.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김 의원은 “반론을 제기하는 게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나. 이건 100% 정치적 공방”이라고 맞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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