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0명 늘어나면 세금 700억 더 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의원 세비 총액은 동결한다고 해도… 보좌진 급여 등 의원 1명당 年6억
“장관급 대우 받는 30명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도 커져 신중해야” 지적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 등 군소 야당들은 국회의원 세비 총액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현재(300명)의 10%가량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사법개혁안 연내 처리를 위해선 이들의 요구를 모르는 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군소 야당 주장대로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해도 의원 수를 10% 늘리면 약 700억 원의 국민 혈세가 추가로 정치권에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회의원 수를 330명으로 늘린다고 해도 이에 따른 대국민 입법 서비스 강화는 담보할 수 없으면서 각종 의전이나 대정부 민원 폭증 등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29일 국회사무처와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의원 한 명의 세비(연봉)는 1년에 1억5176만 원. 300명분의 총액을 유지한 채 330명이 나눠 가지면 의원 1명은 1억3796만 원의 세비를 받게 된다. 하지만 세비 외 의원에게 투입되는 다른 비용, 즉 보좌직원 인건비(8명 보좌진)는 의원 1인당 약 4억8195만 원, 입법 활동 지원 및 의원사무실 운영 등은 약 9837만 원으로 총 5억8032만 원이다. 결국 보좌진 추가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원된 의원실 30개에 1년에 174억960만 원, 의원 임기 4년 동안 총 696억3840만 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개인이 장관급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30명이 늘어날 경우 정치·사회적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는 “의원실의 과도한 자료 요청이나 물밑에서 이뤄지는 각종 민원이 너무 많다”며 “의원 한 명을 관리하기 위해 부처 내 수십 명이 달라붙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장관급 공직자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 이상을 못 하는데 30명이 더 늘어난다고 뭐 대단한 입법 서비스를 국민들이 누릴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의원 30명이 더 늘어났을 때 입법부의 기능이 10%만큼 증가하고 10%만큼 국민 대표성이 확보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 각 정파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숫자 놀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출 교수는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지 않고 공수처와 연동이 돼 본회의 처리가 임박하자 슬그머니 증원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꼼수다”라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박성진 기자

#패스트트랙#군소 야당#정의당#국회의원 정수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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