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정수 확대 논란]기업-관가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
“이해관계 더 복잡해져 법안 표류… 민원 늘어나 행정력 낭비 불보듯”
“국회의원 말곤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겁니다.”
동아일보가 29일 접촉한 공무원과 경제계, 기업 관계자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30명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의원 정수 확대가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의원 수가 늘어나는 데 따른 ‘혈세’가 늘어나는 건 기본이고 의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각종 갑질과 행정 비효율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공무원들은 국회 권력이 더 비대해지면 행정력 낭비가 심각할 거라고 우려했다. 예산과 입법권을 가진 의원들이 지역구 및 이익단체와 관련된 민원 처리를 요구할 수 있고 정부 부처에 대한 각종 질의와 요구의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창 일해야 할 각 부처 국·과장들이 관할 상임위 의원실이 쏟아내는 호출과 자료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다 보면 그 피해는 행정서비스 수혜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원 수를 늘린다고 대국민 입법 서비스가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많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본래의 입법부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의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입법 역량이 부족한 탓”이라며 “각 당 의원들이 당 지도부 눈치 보느라 지시에 따라 입법과 표결을 하는 현실 속에서 300명이 330명이 된들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기업에선 의원 수가 늘어나면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각종 규제 개혁 법안 처리에 애로가 커질 거라는 한숨이 나왔다. 국내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의원이 많아지면 주요 경제 법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주요 법안 처리가 지금보다 더 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부처 경험이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회 일 하기에 의원 300명이면 차고 넘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 수가 30명 더 늘어나면 상임위별로 의원 1, 2명씩 늘어나는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국회 세비를 줄여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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