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한 6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며 간헐적으로 충돌도 벌어졌다. 12년 만에 일어난 국회 인근 화염병 투척 방화 사건은 경찰이 용의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을 '재벌 투쟁 집중의 날'로 정하고 국회와 새누리당사,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모여 있는 여의도에서 각종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 원을 뇌물이라고 규정했다. 민노총은 "기업 출연금은 민원 해결의 대가이고 기업 또한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을 피의자로 구속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각 기업의 로고가 밧줄에 묶인 조형물을 새누리당사 앞으로 옮기고, 전경련회관 앞 표지석에 박 대통령과 총수들의 얼굴 그림을 붙인 뒤 달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전날 여의도 전경련회관 1층 로비를 17년 만에 점거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산하 재벌구속특별위원회(재벌특위)도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 규명과 대기업 총수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도 함께 참여했다.
청문회가 열린 국회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을 겨냥한 시위도 벌어졌다. 퇴진행동 재벌특위 소속 10여 명은 국회 출입 로비에서 '전경련 해체' '재벌총수 구속'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청문회장에 도착하자 현대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정몽구를 구속하라"며 정 회장 부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보수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40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 비판 조형물을 지키던 퇴진행동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70여 명이 급히 통제하면서 큰 충돌은 없었다. 민노총은 퇴진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오후 7시 전경련회관 앞에서 500여 명이 참여하는 별도의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화염병에 의한 방화로 추정되는 5일 밤 국회 경내 화재사건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6일 국회 주변 상점과 국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이고 폐쇄회로(CC)TV 확보에 나섰지만 해당 지역이 유동인구가 적고 CCTV 사각지대인 탓에 용의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주변에서 화염병 투척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4년 2월 농민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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