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본관 245호에서 약 13시간 동안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는 사실상 ‘삼성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전 질의 150분 가운데 134분(89.3%)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렸을 정도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나는 정확히 몰랐다. 앞으로 절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특검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해 놓은 답변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청문회 마지막 발언에서 “모든 게 제 책임이다. 구태를 벗고 정경유착이 있으면 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출석한 대기업 총수 중 최고령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8)은 오전 내내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오후 질의부터는 총수 중 유일하게 대동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답변했다. 정 회장은 청문회가 정회되자 다른 총수들과 달리 야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야”라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저녁식사를 위해 청문회를 정회하자 인근 종합병원 심장 전문의에게서 긴급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받아 이후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총수들은 저마다 답변 스타일에 차이가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모른다” “관심 없는 내용이었다”며 주로 단답형으로 답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터라 비교적 뚜렷하게 소신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비교적 담담하게 답변했다.
청문회가 길어지면서 정 회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총수들은 일찍 귀가했다. 구 회장은 오후 8시 40분경, 손 회장은 오후 9시경, 김 회장은 오후 10시 20분경 퇴장을 허락받았다. 나머지 총수 5명은 청문회가 끝난 오후 11시경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대기업 관계자들은 점심, 저녁식사 동선이 취재진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동 작전을 벌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의도에 별도 방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느라 사전답사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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