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데에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새로운 사실에 근거한 ‘송곳’ 질문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8년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슈퍼 청문회였지만 ‘호통’과 ‘낯 뜨거운 면박’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는) 30∼40분간 이뤄졌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논할 만한 머리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아직 쉰 살이 안 됐는데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냐” “하루종일 돌려 막기 사지선다형 대답을 하고 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내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하겠다고만 했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이 계속 대답을 머뭇거리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처럼) 삼성 직원한테 탄핵받는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증인들을 향해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증인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묻기도 했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총수는 손을 들어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전경련을 탈퇴할 의사가 있는지) 네, 아니요로 답해 달라”고 일부 총수들을 재차 몰아붙였다.
박범계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복역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2014년 3월 한화와 삼성이 정유라에게 8억 원과 10억 원 상당의 말을 상납하면서 빅딜을 성사시켰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그런 망나니 정유라에게 말까지 사줘야 거래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하태경 의원은 1988년 5공화국 당시 청문회를 거론하며 “당시 청문회에 나왔던 분들의 자제 6명이 또 (이번 청문회에) 나왔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오고 있다”며 “그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대기업 총수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오후 질의 직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손경식 CJ,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병력과 고령으로 오래 있기 힘들다”며 귀가시키자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베트남에 간 걸(일자리) 3분의 1만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국내 투자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 어느 분보다도 고맙단 말씀 드린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에게는 “민주당에 입당한 적이 있느냐” “임기 채우고 그만뒀는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나”라는 등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주 전 대표가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자 오히려 주 전 대표의 퇴장을 요구해 소란을 빚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질의도 쏟아졌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재용 구속’이 적힌 촛불집회 피켓을 들어 보이며 이 부회장에게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책임을 따져 물은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신동빈 회장에게 “며느리 국적이 어디냐” “부인 국적이 어디냐”라고 개인적인 신상을 캐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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