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2차 청문회의 소득은 전날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처럼 "죄송하다",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집중 타깃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이 날카롭지 못한 탓에 김 실장은 "모른다", "죄송하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쏟아진 의혹들을 부인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검사출신으로 '법률 미꾸라지'라고 불릴 만큼 법에 대해 잘 아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의원들의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머리 손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의료행위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냐 안 맞았냐 왜 안 물어봤냐고 해서 나는 그런 것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순실의 존재를 정말 몰랐느냐"는 물음에 "(최순실은) 전혀 모른다. (당시에) 차은택 씨를 한 10분간 (만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차 감독이) 뭔가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순실과의 관계를 거듭 추궁당하자 "최순실을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한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냐"며 "검찰 조사하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대회 성적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가 자르라고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교묘한 말솜씨로 여야의원들의 예봉을 비켜가기도 했다. 의원들이 '김영한 비망록'에 기록 돼 있는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집중 추궁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남겨진 세월호 시신 인양 포기를 뜻하는 듯한 메모에 관해 물었지만,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역사 앞에 떳떳하라"며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반성을 많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역시 "죄송하다"고 답하면서도 "저도 자식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고 하겠나"라며 거듭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의 아들은 교통사고를 당해 수년째 의식불명 상태다.
청문회장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정 농담의 주범으로 지목된 차 씨는 "고영태와 최순실이 2014년 말 싸웠다. 최순실이 고영태 집에 찾아가 고영태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가져나왔다. 이 돈이 서로 본인의 돈이라고 하면서 싸움이 났다. 이후 최순실과 고영태가 따로따로 차은택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 씨는 "차은택에 대해 광고와 관련해 차은택(의 실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최순실에게) 차은택 소개를 잘못했구나 판단했다"고 밝히며 차 씨를 비난했다. 또 "최순실이 2년 전부터 모욕적 언사 사람 취급하지 않아 그때부터 사이가 틀어졌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차 씨도 진실게임을 벌였다. 차 씨는 "최순실이 가보라고 해 김기춘 실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지시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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