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해명은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최순실 씨 말이다. 최 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8일 오전 기자단에 “청문회에 나온 증언과 의원들의 질문 가운데 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요청해왔다. 그러고는 청문회장에서 최 씨가 직접 했어야 할 말들을 카메라도 없는 비공개된 장소에서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늘어놓았다.
이 변호사는 먼저 “최 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알지 못한다.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지는 범위 내에서 서로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는 ‘최순실의 존재를 사전에 알았느냐’란 것이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쟁점이 된 것은 서로 아는 사이냐의 문제인데 다른 얘기가 나와 안타까웠다”며 김 전 실장을 옹호하고 본질을 흐리려 했다.
그는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가 최 씨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고영태 씨가 “최순실은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한 발언을 토대로 삼았다. 그는 검찰이 태블릿PC를 최 씨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것이 어떻게 제출됐는지, 사무실에 방치한 것을 가져갔다면 절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며 되레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또 차은택 씨가 “최순실이 대통령과 동급이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논리보다는 “엄청난 인격적인 모욕이며 해도 너무한 과장”이라며 감정적 반박을 하기도 했다.
‘최 씨가 차은택을 김기춘에게 소개한 적이 없느냐’ 등의 질문에는 “법조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며 기자들을 훈계하려고까지 했다.
결국 이 변호사가 이날 기자들을 불러 모은 건 최 씨를 법적으로 변호하고 방어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들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밖에서 지켜보며 법적 검토를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말만 언론에 알렸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춰 보면 최 씨의 청문회 출석 거부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이날 최 씨가 재판을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그에 관한 처벌을 달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며 어떻게든 법적 처벌을 피해 가려 하고, ‘법대로 하라’고만 외치는 최 씨의 이중적 태도에서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위기의 시기를 어렵게 헤쳐가려는 국민의 한숨과 분노가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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