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대정부질문도 전날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비경제 분야를 다뤄야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놓고 지루한 공방만 벌였다. 5시간 반 동안 ‘황 권한대행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대정부질문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협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대통령 권한대행 범위 놓고 말꼬리 잡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구멍이 뚫리면 살짝 막는 최소한의 조치만 하는 ‘현상 유지’가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법학계에서 현상 유지를 비롯해 포괄적으로 권한을 허용한다는 의견도 있고, 헌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받아쳤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복수의 검찰 관계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청장을 기소하려 할 때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권한대행이 방해하고 외압을 넣었다고 증언했다”라며 “검찰청법을 위반한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 대상이자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는 외압을 행사한 일이 없다”며 “확인된 사실을 전제로 질문해 달라”라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말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법치주의 파괴 발언인가? 개인 소신인가?”라는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의 질문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어떤 경우에도 헌법에 정한 절차와 방법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순실 사태 증인 불출석’ 공방
이날 집단 탈당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도 황 권한대행 비판에 나섰다. ‘탈당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의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 증인 불출석’을 두고 격한 발언이 오갔다.
하 의원은 두 행정관이 국정조사에 불출석한 것에 대해 “연가를 허용한 부서장의 경질을 요구한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조사를 지시하고 관련자를 법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답하라”라고 다그쳤다. 황 권한대행이 “내용을 알아보겠다”라고 했지만 하 의원은 “‘조사하겠다’라는 말을 안 하는데, 이러니 또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촛불’에 타 죽고 싶나”라며 손으로 황 권한대행을 가리켰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부역이라뇨?”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씀하실 때 삿대질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여야 모두 이틀 연속 황 권한대행의 역할만 물고 늘어진 대정부질문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