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7일 ‘연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탈퇴’를 선언하고, KT도 ‘내년부터 탈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전경련 해체’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체 대신 조직 쇄신’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전경련 임직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 붕괴 직전의 전경련
대기업들의 전경련 탈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일제히 탈퇴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직접 ‘전경련 탈퇴’를 언급했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국정 농단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해체 압박을 받아오던 전경련으로서는 믿고 의지해온 동아줄이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경련은 이튿날 곧바로 회원사 의견 수렴에 들어가 조직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받은 주요 그룹들이 특별검사 수사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경련과 관련한 논의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사들의 의견이 모여야 대안을 내놓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들에 “쇄신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탈퇴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는 “올해 말로 탈퇴한다”고 지난주 전경련 측에 통보했다. KT 역시 이달 초 탈퇴를 통보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역시 ‘탈퇴 선언’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2월 전경련 총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스스로 해산해야”
전경련은 600개 회원사들로부터 한 해 약 400억 원의 회비를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대 그룹이 거의 절반을 책임진다. 4대 그룹이 동반 탈퇴할 경우 회비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2014년 준공한 신축 회관에서 한 해 400억 원 이상의 임대 수입을 내고 있지만 부채가 3000억 원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회원사들의 탈퇴 러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전경련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기대하는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은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경련이 스스로 해산을 결정하고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정책에 의해 산업이 육성되는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전경련의 시대적 역할도 끝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전경련이 쇄신안을 내겠다고 하지만 헌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진 해산하든지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연구조직으로 남을 것인지 전경련 인사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행 민법상 전경련이 스스로 해산하려면 전체 회원사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된다. 만약 전경련이 해산된다면 전경련의 자산은 사업 목적이 비슷한 다른 기관으로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고로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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