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비서가 8일 개성공 단을 전격 방문, 개성공단 사태가 곧 해결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아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북한의 출경금지 조치 엿새째를 맞아 원자재 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군 관련 인사가 아닌 남북관계 관련 업무의 총책임자인 김양건 비서가 개성공단을 직접 찾았다는 것 자체가 공단 '폐쇄'보다는 '유지' 쪽에 무게를 실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군부 인사를 개성공단에 내려 보내 강경한 목소리를 내놓았다.
2008년 12월 당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던 김영철 현 정찰총국장을 개성공단에 파견해 개성공단의 남측 상주 인력을 880명으로 감축하고 개성을 왕래하는 통행 가능 인원을 대폭 줄이는 '12.1조치'를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김 비서의 방문은 개성공단의 군사적 측면보다는 남북관계 측면을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공단 폐쇄를 앞두고 김 비서가 마지막 판단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전직 고위관료는 "남한 정부만큼이나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에서 현재 상태가 이어졌을 때 발생할 후유증 등이 걱정스러웠을 것"이라며 "김양건 비서가 개성공단의 상황을 직접 보고 평양으로 돌아가 군부와 개성공단 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김양건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해 성사시켰을 정도로 남북관계에 정통하다. 또 김정은 체제의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기도 했고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과 정상회담 개최를 직접 논의하기도 했다.
김 비서는 조문단으로 서울을 찾았을 당시 남측 정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고는 있지만 현재 한반도의 정세로 볼 때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 등의 최종조치를 앞두고 김 비서가 공단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비서의 개성공단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남조선 호전광들의 북침전쟁도발책동이 극도에 이르고 있는 조건에서 경각성을 고도로 높이며 긴장되고동원된 태세를 철저히 견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공업지구 내에서의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게 만단의 준비를 갖출 데 대한 구체적인 과업을 해당부문에 주었다"고 소개했다.
악화한 남북관계 상황에 맞춰 개성공단의 실무책임자들에게 대비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통행차단조치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보도 내용으로 볼 때 개성공단을 고사시키는 절차로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이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남 총책임자의 개성방문을 적극 평가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응급조치를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양건 비서의 개성공단 방문이 어떤 성격인지는 정확히알 수 없지만 통일부가 이를 기회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입주기업들이 가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자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실무접촉 등을 제안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김 비서의 개성공단 방문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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