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모든 남측 인력이 철수한 개성공단은 잠정폐쇄 상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목표였던 국민 안전을 확보한 청와대는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 때 이번 중단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묻겠다”는 태도다.
청와대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지급하면서 우리가 주장했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관철하지 못한 협상의 한계를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빠른 귀환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우리 국민을 남겨둔 채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올라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원칙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우리 세금으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지만 북한의 억지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만큼 개성공단 재개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책임을 명확하게 묻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늘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지만 우리의 원칙을 훼손하고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해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연락관(적십자채널)과 군 통신선 가동을 재개해 완제품 반출 등을 추가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해 북한은 이날 “대북 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공단이 정상화할 수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남조선 괴뢰들은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진정으로 걱정되고 파국 상태에 처한 북남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두렵다면 우리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여기에 차단된 통행이 열리고 끊어진 통신이 회복되며 공업지구 운영이 정상화되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납품계약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공단에 두고 온 설비도 오랫동안 돌리지 않으면 공단 운영이 재개되더라도 쓸모없게 된다.
도금업체 명진화학은 도금에 쓰이는 약품 10억 원어치를 날릴 처지다. 정을연 사장은 “수시로 여과기를 돌려 불순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약품이 아예 변질돼 여과기를 돌려도 소용없게 된다”고 말했다. 부품소재기업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대표는 “이달 중순이면 장마철을 앞두고 습도가 높아져 기계가 녹슬고 부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부 기업은 떠나려는 바이어들을 붙잡기 위해 국내외에 대체 설비를 늘리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중복투자이지만 납품기한을 맞추려면 대안이 없다.
피해는 5800여 개 협력업체에까지 번지고 있다. 개성공단에 소모성 자재를 납품하는 화성종합상사는 피해액이 2억 원이 넘는다. 조남현 대표는 “3월분 금액을 받지 못했지만 이미 초상집인 입주기업들에 결제해 달라고 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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