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주요 항구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 유사시 미국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 및 전개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 탄도로켓(미사일) 발사 훈련이 ‘해외 침략 무력’이 투입되는 적의 항구를 ‘핵 타격’ 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고 11일 보도했다. 또 김정은은 “새로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과 핵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들을 계속하라”며 “핵탄 적용 수단의 다종화로 지상과 공중, 해상, 수중에서도 핵공격을 가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5차 핵실험과 핵무기 탑재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핵미사일 시험을 지시한 것이다.
북한은 부산항과 경기 평택항, 전남 광양항 등을 최우선 핵 공격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세 항구는 매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때마다 주일미군과 미 본토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핵심 요충지다. 이번 키리졸브 훈련에도 존 스테니스 항모 강습단을 비롯해 주일 미 해병대 전력, 해상 사전 배치 선단(MPSS) 등이 세 항구를 통해 들어왔다.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핵 공격 대상과 시나리오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부산항 등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이 큰 차질을 빚어 전세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김정은이 “국가 최대 비상사태 때 핵 공격 체계 가동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보장하며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 관리 체계를 철저히 세우라고 강조했다”며 “새로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과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들을 계속하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경거망동이다. 국제사회의 포괄적 대북 제재가 왜 필요한지 입증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김정은이 핵 선제 타격을 넘어 개전 초기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핵 사용 시나리오를 밝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동식 ICBM인 KN-08 탑재용 핵탄두를 9일 공개하는 등 유례없는 ‘과시적 핵 공세’에 나선 움직임을 두고 추가 핵실험과 핵탄두 탑재용 KN-08,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 전략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하는 엄포일 수도 있지만 한국을 핵으로 공격해도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대남 핵 공격 계획을 세웠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핵탄두를 1t 미만으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사거리가 300∼700km로 다양한 스커드 미사일에 실어 한국 전역에 대한 핵 타격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핵 우선 사용 교리(Nuclear first-use doctrine)’를 실제 핵전략으로 채택했다면 개전 초기뿐만 아니라 전세가 불리해지면 언제든지 무차별 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은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핵 위협은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협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평택이나 강원 원주 등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할 경우 남부 지역의 북핵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드 1개 포대의 추가 배치나 한국의 사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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