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후폭풍]佛 수준 2500t급 개발능력 갖춰
2003년 건조계획 무산… 美설득 관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대응책으로 핵추진잠수함(핵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은밀성과 공격력 면에서 재래식잠수함(디젤 추진)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재래식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용 산소 공급을 위해 수면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높다. 재래식잠수함의 경우 하루에 2, 3번, 1회에 1∼2시간 충전을 해야 정상적인 작전이 가능한데, 이때 적의 해상작전헬기 등 대잠수함 전력에 발각돼 타격당할 가능성이 크다. 연료전지로 산소를 자체 생산하는 개량형 디젤잠수함 역시 물속에서 조용히 감시 작전만을 수행할 경우에도 수중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2주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핵잠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디젤잠수함보다 2배 이상 빠르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장기간 감시·추적할 수 있고, 유사시 북한의 전략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강대국들이 핵잠을 ‘비수’와 같은 전략무기로 운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군은 2020년까지 4000t급 핵잠 3척의 건조 계획(일명 362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관련 내용이 유출되자 중단시켰다. 해군 관계자는 25일 “당시 계획이 실현됐다면 핵잠 2척이 전력화돼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000∼4000t급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루비급(2500t)이나 바라쿠다급(4000t급) 핵잠을 수년 내 건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의 반발과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한국군의 핵잠 보유 과정의 최대 난관이다. 군 관계자는 “2000년대 초에도 대북, 대주변국 전략무기 확보 차원에서 핵잠 건조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며 “미국에 대한 설득과 비용이 걸림돌이지만 북핵 위협이 최악으로 치달을수록 대응 차원에서의 핵잠 보유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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