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7일(현지 시간) 첫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등 대북 제재와 인권 압박에 이은 ‘대북 압박 3종 세트’의 틀을 완성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도 이렇게 대북 압박을 밀어붙이는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연쇄 도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 차원에선 강공책 외엔 별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 가능성은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북한 도발에 대비한 ‘순수한 방어 체계’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북한이 보여주는 행동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 정부가 북한의 5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이틀 만에 대북정보유입보고서 의회 제출을 전격 공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국무부는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지난달 중순경 이미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완성한 후 발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점을 타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을 공식화함에 따라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보기술 및 문화 콘텐츠가 북한 체제를 어떻게 뒤흔들지 주목된다. 미 정부는 오래전부터 사드 배치, 대북 제재와는 별개로 북한 인권 문제와 함께 서구의 정보 유입을 북한 체제를 밑바닥부터 뒤흔들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톰 맬리나우스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2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DVD나 MP3, 휴대전화, 태블릿이 북한에서 가용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는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탈북자 단체 등을 접촉하며 효과적인 대북 정보 유입 방안을 강구해왔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7월 대북인권단체인 노체인 정광일 대표 등을 워싱턴 국무부 청사로 초청해 무인기(드론)를 통한 정보 유입 방법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의 대북 정보 유입 추진 소식에 탈북자 단체들은 환영했다. 10년째 대북 라디오 방송을 해오고 있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탈북자들이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은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지만 자금 사정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국무부가 관심을 가져주니 정말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단파 방송 대신에 중파로 대북방송을 할 수 있다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몇 배로 커질 수 있다”며 “방송 시설과 시간,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정보 확산을 위해 외부 정보를 담은 콘텐츠와 고출력 라디오 유입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5년 동안 5000대의 라디오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상당수를 북한에 들여보냈다. 그는 “최근 영화 ‘국제시장’을 들여보냈는데, 남녀노소 전 연령에서 엄청나게 반응이 좋았다”며 “이 영화처럼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들여보냈더니 인기가 정말 좋았다”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교육을 받았는데도 미국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과 고민을 보게 되니 호기심들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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