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의 경고도 무시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국제사회는 다자와 양자 분야에서 초강도 제재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오후(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고 미국과 일본 등은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를 공언했다.
한미일 3국은 8일 밤 안보리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안보리 이사국들과 심야 전화 협의를 진행했다. 복수의 유엔 소식통들은 8일 “유엔 안보리가 3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비군사적 조치로는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다. 북한이 이마저도 무시하며 또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안보리 내부에선 ‘북한을 이대로 놔둘 순 없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한미일 3국, 특히 한미 양국 간에 상당한 협의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의 2270호의 제재 예외 조항은 최대한 삭제하고, 제재 대상 품목과 인물 및 기관은 최대한 확대하는 쪽으로 안보리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이사국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유엔 관계자도 “5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공분이 크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과 선량한 북한 주민을 분리해 최소한의 ‘인도적인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를 포괄적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선 북한의 돈줄인 석탄 철광석 금 같은 광물 거래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결의 2270호가 예외적으로 허용한 ‘생계를 위한 석탄 수출’까지 제재에 포함시키자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결의 2270호에서 제재 품목에 포함된 항공유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석유를 국제사회가 북한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남은 카드다. 북한의 생명줄인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을 공격하는 카드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성명을 내고 “북한 고려항공은 명품 반입 금지 규정을 어기고 있다”며 미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에 고려항공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뉴욕의 한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를 차단하는 것도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보리의 모든 실질적 조치는 중국 등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행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추가 조치의 최대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반면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등은 추가 대응의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그 수위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가용할 수 있는 초강경 제재 수단을 쏟아 부을 게 확실시된다. 올 6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만큼 중국 금융기관 등 제3국의 은행에 대해 북한과의 거래 중단을 추진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전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들고 나오거나 민주당 정부가 머뭇거리고 있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도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독자제재를 강화하기로 하고 핵·미사일 개발 의혹으로 자산동결 조치를 받는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올해 초 핵·미사일 개발 의혹을 받은 단체 1곳, 개인 10명의 자산을 동결한 바 있다. 일본에서 북한으로의 송금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인도적 목적에 한해 북한으로 10만 엔(약 107만 원) 이하 송금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 송금 한도를 낮출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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