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에 핵개발 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중국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과 핵심 관계자 4명에 대해 사실상의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포함한 초강경 제재 조치를 취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이 문제가 미중 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는 26일(현지 시간) 훙샹그룹 계열사 중 산화알루미늄 등 핵 물자 대북 무역을 주도한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등 중국인 4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 취득 등 일체의 경제 활동을 금지했다. 이들은 조선광선은행(KKBC) 등 유엔(2016년)과 미국(2009년)의 제재를 받는 북한 기관과 거래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도운 혐의다. 이들과 거래하는 미국인들도 제재 대상이 된다. 재무부는 이 은행이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나온 결의안 1718호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대행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로 북한의 핵 확산을 지원한 (중국의) 핵심 불법 조직과 기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훙샹그룹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피하면서 조선광선은행을 통해 북한 핵개발에 협력했다”고 비난했다.
미 법무부도 3일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마 회장 등 4명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과 사기, 돈세탁 모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이 25개 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소송도 할 방침이다. 이들은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세이셸 제도, 홍콩 등에 설립한 위장회사들을 동원해 중국 시중은행에 계좌를 열어 북한으로 물품을 수출할 때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려 해 1997년 발효된 IEEPA를 위반한 혐의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 전후로 예상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앞두고 더 이상 북한의 ‘핵 질주’와 중국의 ‘북핵 방조’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훙샹그룹과 연루됐다는 이유로 단둥 당서기를 전격 경질했다고 펑바이신원왕(澎湃新聞網)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랴오닝 성 당위원회는 24일 단둥 시 쑨자오린(孫兆林·54) 서기를 면직하고 후임에 진저우(錦州) 시 당부서기인 류싱웨이(劉興偉·53) 시장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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