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인사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사진)가 북핵 사태와 관련해 “현 시점에선 북한에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대북제재를 촉구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2005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시절 북한 김정일 정권과 비핵화 합의인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면서 ‘김정힐’(김정일+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북 비둘기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미 온라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은 기고문 ‘북한에 유화책은 안 된다(No appeasement for North Korea)’에서 “북한이 강력한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에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요구를 분명히 거부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환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 5차 핵실험 후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각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힐 전 차관보 같은 인사도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 것은 대북 강경론이 미 조야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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