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민방공 대피시설 점검해보니
시설 절반 재래식 폭탄에도 취약… 안전처 “어떻게 파악했나” 되물어
“가만 보자…. 여기가 하나, 둘, 세 번째니까 열쇠가 이건가? 아니네.”
민방공 대피소로 지정된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주차장 자체가 대피소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리소 직원은 “다 숨어있는 공간이 있다”며 공간배치도와 열쇠꾸러미를 들고 나섰다. 확인해 보니 ‘진짜’ 대피 공간은 ‘기계실’과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름표를 달고 있던 문 안쪽에 있었다. 공간 자체는 튼튼해 보였지만 수십 개에 이르는 대피 공간이 모두 다른 자물쇠로 잠겨 있다는 게 문제였다. 유사시에 담당자가 단지를 모두 돌아다니며 일일이 열쇠를 대조해야만 열 수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인지도도 낮았다. 동행한 다른 직원조차 “이게 대피 공간인 줄 몰랐다”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그나마 이곳은 관리가 잘되고 있는 편이었다.
전쟁이나 핵 폭격이 있을 경우 국민들이 피해야 할 대피소가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주민센터에 있는 대피 공간은 외부로 창이 노출된 반지하였다. 그나마도 창틀이 녹슬고 창도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질 수 있는 재질이었다. 서울 종로구의 국립서울과학관은 아예 폐쇄돼 있었다.
현재 국민안전처가 후방 지역에 지정해 놓은 공공용 대피시설은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전국에 2만974곳이다. 2013년 소방방재청 용역조사 결과 조사에 응한 1만4014곳 중 절반가량(6456곳)은 핵 공격이나 화생방은 물론이고 재래식 폭탄 공격도 막지 못하는 열악한 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완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접경 지역이면 모를까 후방 지역의 2만여 곳을 일일이 판별했단 말이냐”며 전수조사 결과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1월 “(시설별로) 관리책임자를 지정해 유지 관리의 내실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계자는 “대부분이 민간시설이라 사실상 책임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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