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6> 북한을 변화시킬 새로운 대화의 틀
비핵화 테이블 끌어낼 카드는
《5차 핵실험 이후에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자는 국제사회의 전략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례 없이 강경한 대북제재와 압박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한미일 3국이 미온적인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하지만 핵개발 9분 능선을 넘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조만간 출범하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북핵 해결의 향배를 결정할 변수다.》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거침없는 대북 압박 발언을 쏟아내면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향후 대북 카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엔을 제외하고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이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추가 대북 압박 카드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전면 시행 △이란식 금융 제재 △북한 인권 이슈 추가 제기 △러시아 등에 파견된 북한 해외 노동자의 본국 송금 금지 등이 꼽힌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자적 대북제재 수단이다. 중국 랴오닝훙샹그룹처럼 북한과 불법으로 핵물자를 거래해 온 기업은 물론이고 그동안 별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거래해온 제3국 기업과 개인까지 포괄적으로 미국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훙샹그룹 제재가 ‘정밀 타격’이라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무차별 폭격’에 비유할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관련해 “지금 이 시점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미국과 동맹의 (대북) 옵션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직 세컨더리 보이콧을 전면 시행하지 않는 것은 중국과의 전면적 외교 마찰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외 교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도 일부 백악관 관리가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의 전면 시행을 주저하는 것은 기후변화 등 다른 협력 가능한 이슈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과 충돌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 주변에서는 대(對)이란 제재 과정에서 효과를 본 금융 제재가 자주 거론된다. 미국이 2005년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 계좌의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했을 때 북한 지도층에서 “고통스럽다”는 말이 흘러나왔을 만큼 금융 제재는 이미 검증된 대북 압박 수단이다.
이 조치의 핵심은 북한을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서 퇴출시켜 평양으로의 달러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 하원은 지난달 28일 북한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은 2012년 이란 중앙은행 등 30여 개 이란 금융기관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이란은 최대 돈줄인 석유 수출을 위한 달러 결제 수단이 막히자 미국과 대화에 나섰다.
국제사회를 동원한 북한 인권 문제 압박과 해외 노동자 송금 금지 등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꺼내 드는 카드다. 특히 미 정부가 지난달 해외 공관에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를 격하하거나 단절토록 주재국에 촉구하도록 한 것도 해외 노동자 송금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해외 송금 루트를 차단해 핵무기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달러 공급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21일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쿠웨이트 왕과 정부가 북한의 핵확산 활동을 막는 데 지원 노력을 기울여 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쿠웨이트는 최근 북한 항공기(고려항공)의 입항을 막고 북한 국외 노동자들의 임금이 불법적인 북한 정권을 지탱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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