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북한과 미국에 동시 특사를 파견해 북-미, 남북 간 ‘투 트랙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노력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추 대표의 연설문에는 ‘대화’라는 단어가 12차례 등장한 반면 ‘규탄’은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당 대표의 정기국회 교섭단체 연설은 집권세력의 향후 정국운영 방향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그러나 바로 전날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감행했음에도 대표 연설에서 대화 타령만 되풀이한 것은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추 대표는 북한 김정은에게도 “이제라도 신세대적 사고와 각성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며 자신의 지론인 ‘한반도 신세대 평화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의 과거 세대와는 다른 ‘장마당 세대’와 개혁·개방을 함께 하자는 뜻이지만 이런 판에 그런 평화론이나 설파하고 있으니, 참 생뚱맞다.
그는 연설에서 “다당제하에서 협치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놓고 “지난 10년 동안 남북 간 모든 대화 수단을 끊어놓고 이제 와 한반도 긴장을 탓하는 것은 어떤 논리냐”며 야당과 과거 보수정권을 비난했다. 야당이 여당 뜻대로 움직여야만 협치라는 뜻인가.
국회는 어제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찬성 의원 수(163명)가 전체 재적 의원(299명)의 절반을 조금 넘겼다.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반쪽 결의안’이 된 것이다. 결의안 채택에 불참한 한국당도 문제지만 추 대표처럼 해서는 국회로 들어가려다가도 발길을 돌릴 것 같다. 추 대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부터 만나 협치의 길을 열고 국회 차원의 북핵 위기 대응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정부에만 맡겨놓기에는 너무 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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