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로 인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붕괴 및 방사능 누출 가능성과 중국 동북지방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5일 북-중 접경지역 방사능 유출 여부 검사를 이례적으로 전면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은 “핵실험장 갱도가 무너지면서 2차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방사능 누출에 따른 중국 동북지방의 오염을 북핵에 대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바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이날 “북-중 접경지역 전역에서 24시간 조사 방식으로 방사능 환경 조사를 전면 강화했다”며 “북-중 접경지역의 민감 지역에서 (공기 중 방사선량 조사뿐 아니라) 음용 수원지, 지표수, 지하수, 토양의 방사선량까지 조사 분석했다”고 밝혔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관련 부서와 무장경찰부대 총사령부, 수리(水利), 위생계획부, 공업정보화, 지진 담당부서까지 총동원됐다. 지정 검측소뿐 아니라 항공검측장비도 사용됐다.
중국 국가핵안전국은 3일 오전 북한의 핵실험 이후 5일 오후 10시까지 이틀 만에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 3성과 서해에 인접한 산둥(山東)성 전역에서 10차례 공기 중 방사선량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6시간 간격으로 하루 4차례씩 조사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중국 당국은 어느 때보다 면밀하게 북-중 접경지역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이상징후가 없다”며 국내 여론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을 중심으로 동북 3성 주민들이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헤이룽장성에 사는 진(金)모 씨는 동아일보에 “(방사능 누출 여부에 대해) 걱정이 된다. (중국) 정부가 권위 있는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만약 방사능 누출이 동북 3성에 영향을 미치면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세워 우리의 권익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6차 핵실험 8분 뒤에 핵실험 지역에서 진앙이 지표면인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 지진은 핵폭발이 야기한 붕괴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장이 있는 산이 무너져 산속 동굴의 핵실험장이 외부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는 북-중 국경에서 약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아 접경 지역이 방사능 누출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저명 핵물리학자인 왕나이옌(王乃彦) 전 중국핵사회(CNS) 이사장은 “핵실험장이 폭발로 붕괴됐을 위험성이 있다”며 “핵실험장이 있는 산 전체가 붕괴해 (핵실험을 한) 동굴이 외부에 노출됐다면 방사능이 누출돼 중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매우 큰 환경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을 위협하는 핵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전 이사장은 6차 핵실험의 위력이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최대 7.8배에 이른다는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실험실 원롄싱(溫聯星) 교수 연구팀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평가했다. 원 교수 연구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108.3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으로 5차 핵실험(17.8kt)의 약 6배에 이른다. 한국 국방부에서 발표한 위력(50kt)보다 두 배 이상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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