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 합의로 한국군은 미국과의 미사일지침 체결 38년 만에 탄두 중량 제한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2012년 10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최대 800km(탄두 중량 500kg)까지 연장한 지 5년 만에 탄두 중량 제한까지 사라지면서 ‘미사일 주권’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8년 만에 탄두 중량 족쇄 해방
한국군은 1978년 최초의 탄도미사일(백곰) 개발에 성공한 이듬해 탄두 중량(최대 500kg)과 사거리(최대 180km)를 제한하는 미사일 양해각서(지침)를 미국과 체결했다. 한국군의 급격한 미사일 전력 증강이 한반도 주변 안보 지형에 미칠 변화를 미국이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핵위협이 가시화되자 한미 양국은 2001년 탄두 중량 제한은 유지하면서 사거리는 300km까지 연장하는 내용으로 미사일지침을 개정했다. 한국군이 수도권 이남에서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북-중 접경지역에서 제주도까지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한미 양국은 2012년 10월 ‘트레이드오프(trade-off·사거리에 따른 탄두 중량 조절)’를 조건으로 사거리를 800km(최대 탄두 중량 500kg)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미사일지침을 다시 개정했다. 이로써 유사시 한국군이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게 됐다.
한국 최남단에서 지하 깊숙한 곳에 견고하게 건설된 김정은 지휘부의 은신처(벙커) 등 핵심 표적을 완벽히 제거하려면 탄두 중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 간 합의로 현무 계열의 탄도미사일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항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사거리 300km 이상은 최대 500kg)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 2t 이상 전술핵급 벙커버스터도 개발 가능
군은 500kg(사거리 800km 기준)에 묶인 탄두 중량을 최소 1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탄두 중량이 2배가 되면 파괴력은 4배 증가한다. 최소 1t은 돼야 지하 10m 깊이의 지하벙커(지휘소)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깊게 숨은 북한 전략표적을 제거하려면 2t은 넘어야 한다. 이 정도라면 지하 30m까지 뚫고 들어가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한미 국방회담 직후 “탄두 중량을 표적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 미국의 GBU-57처럼 지하 60m 이상 숨은 표적을 무력화하는 ‘벙커버스터’를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GBU-57의 탄두 중량은 2.7t으로 현존 벙커버스터 가운데 최대 파괴력을 갖고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등 탈북 인사들은 북한이 지하 100m 깊이까지 지휘부 대피용 땅굴을 건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이번 기회에 전술핵 위력과 맞먹는 초강력 벙커버스터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 장관이 최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연쇄 회동에서 핵추진잠수함 문제를 논의한 만큼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핵잠 도입 요구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