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북쪽 외곽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있는 작은 석유 저장소 한 곳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석유 공급 중단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단둥시 중심에서 북쪽으로 30km가량 떨어진 전안(振安)구 러우팡(樓房)진 싱광(星光)촌의 바싼(八三) 원유 저장소에는 ‘중조우의(中朝友誼) 수유기공사(輸油氣公司)’ 산하의 ‘중국석유 관도공사(管道公司) 단둥 수유참(輸油站)’이라는 간판이 정문에 걸려 있다.
800km가량 떨어진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유전에서 유조 열차를 통해 수송된 석유를 보관한 뒤 북한이 한 해 사용하는 100만∼110만 t가량의 석유 대부분을 공급하는 곳이다. 석유는 바싼에서 남동쪽으로 13km 떨어진 마스(馬市)촌 압록강변의 송유관 가압시설로 보내진 뒤 압록강 바닥에 건설된 관을 거쳐 북한으로 건너간다.
북-중 송유관은 지름 377mm, 두께 7mm, 설계 압력 2.5MPa(메가파스칼)로 연간 300만 t까지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싼에서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에 위치한 정유 공장인 봉화화학공장까지는 30.3km에 이른다. 2016년 말 현재 중국 국내의 송유관 총연장은 10만6000km에 달하지만 중국이 건설한 첫 번째 석유 수출 수송관이다.
1975년 12월 북-중 송유관이 완공될 때는 1.5m가량의 간격을 두고 정제유 수송관도 나란히 건설됐으나 북-중 관계에 ‘이상’이 있어 1981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폐쇄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석유 공급 중단으로 경제가 파탄 나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정치적 판단이 가장 큰 이유다. 친중파로 분류되던 장성택 처형 이후 등 북-중 관계 변화에 따라 대북 석유 공급이 한 해 50만∼60만 t가량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거나 차단해도 그리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는 북-중 송유관과 이곳을 지나는 석유의 특징 때문이다. 석유와 관의 특성을 무시하고 송유관 밸브를 차단해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관 내부에 남아 있던 석유와 찌꺼기들이 굳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석유 관도공사’가 작성한 ‘중국-조선 원유관 중국 구간 유동 안전성 평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다칭유전에서 채굴된 석유는 파라핀 성분이 많아 고온으로 가열한 뒤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보내야 한다. 평균 89도 이상으로 처리해야 하며 저유소를 나갈 때 최저 온도도 75도는 되어야 한다. 또한 경사가 없이 평평하게 매설된 송유관을 통해 수송하는 석유는 매 시간 최소 75m³는 되어야 하며,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도 최소 1시간당 70m³는 되어야 한다. 또한 송유를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겨울철에는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며 여름철에도 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저량을 보내더라도 여름철에는 5개월, 겨울철에는 7개월을 넘길 수 없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최소 52만 t은 지속적으로 송유관을 타고 흘러야 한다고 계산했다.
바싼 저유소에서 다른 저유소와 달리 지속적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목격되는 것은 장거리 수송을 위해 고온 열처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