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한국의 대선 전에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엔과 관련국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대북제재위원회의 안보리 보고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의 보조기구로 의견과 분석을 제공하는 7인 패널의 멤버인 주유엔대표부 이장근 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고서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북한의 불법무기 수출과 미사일 실험발사에 대해 회원국으로부터 올라온 최근 정보가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산당 중앙당교의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궈지짜이셴(國際在線)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여러 차례 김정일의 혁명 유산을 계승하겠다고 밝혔고 유훈에는 핵무기와 미사일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인공위성을 명분으로 로켓을 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3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 리젠궈(李建國)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미사일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면서 중국 사절을 만난 것은 로켓 발사가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권리라고 포장하는 한편 북-중 양국관계의 결속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에 중국도 불쾌해할 것”이라며 “지역 긴장을 완화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북한이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독재정권의 민주화와 함께 핵개발 포기를 선택한 미얀마(버마)를 본받으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의 강연에서 “북한은 버마를 민주화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버마는 북한이 뒤따라야 할 진로로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북한지도부를 향해 핵을 포기하고 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는 북한의 서해 미사일기지 내 연료저장소로 보이는 건물 옆에 연료와 산화제를 담았던 용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나타난 점도 발사가 임박한 징후라고 분석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위성사진에는 발사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장소로 판단되는 건물 근처에서 인부들이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고위층 인사가 발사 과정을 지켜보는 용도의 건물 근처에서 정리정돈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4월 13일 같은 기지에서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올릴 때처럼 항공 또는 해사 분야 국제기구에 로켓 발사 계획을 통보하지 않았다. 또 무선통신 분야 국제기구에도 북한이 위성을 활용하기 위한 전파 사용 계획을 통보하지 않아 본격적인 로켓 발사 시점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위성사진 등으로 미뤄볼 때 로켓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나 북한의 특성상 언제든지 이를 철회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며 “막판까지 최대치의 정치적 효과를 계산해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8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 백악관 관계자들이 미 대선 전 무력시위 자제를 요청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인 대가를 요구하며 최근 미사일 발사 시위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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