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관리들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측하지 못하고 11일(현지 시간) 발사 당시 워싱턴의 주미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일왕 생일 기념파티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포린폴리시(FP)가 13일 보도했다.
당시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은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제임스 줌월트 국무부 아시아담당 부차관보, 피터 라보이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 대행,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관 등이며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사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파티장을 떠났다.
FP는 파티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발사 소식이 알려지기 몇 분 전까지도 몇몇 북한 문제 담당 관리들은 ‘북한이 발사를 연기해서 잘됐다’며 파티의 흥이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고 보도했다. 파티에 참석했던 한 아시아 전문가는 “미국 정부의 누구도 북한이 언제 미사일을 발사할지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는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든 첩보를 다루는 사람이든 같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북한이 크리스마스 전에 로켓을 쏘지 않기를 바란다”는 등 발사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티에 참석한 또 다른 아시아 전문가는 “이번 일이야말로 북한에 제대로 휘둘린 것”이라며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모든 부처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FP에 밝혔다.
하지만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발사 시점에 놀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수주간 우리는 발사에 대해 경고해 왔으며 발사를 강행할 경우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지만) 북한 미사일 기술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능력은 없다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국제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카니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미사일 방어를 추진하는 데는 이란과 함께 북한이 포함된다”고 덧붙여 북한 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초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북한은 5년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해 미국 알래스카나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추적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일본 남부 규슈(九州)에도 미군의 조기 경계 레이더 ‘X밴드 레이더(AN/TPY-2 레이더)’를 내년 봄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미군이 2006년 아오모리(靑森) 현에 배치한 X밴드 레이더 1기로는 북한 동북부 무수단리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탐지할 수 있지만 서부 동창리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레이더 방향을 조정하면 중국이 일본 열도나 미국 본토를 겨냥해 발사하는 미사일도 포착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