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실제상황입니다” 사이렌… 주민 780여명 긴급 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北, 연평도 인근 또 포격 도발

‘안전 벙커’서 TV 지켜보는 주민들 22일 오후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연평도 서남방 14km 지점 해역에 포격을 가해 연평도 주민 780여 명이 급히 대피소로 피신했다. 대피소에서 TV를 시청하는 연평도 주민들. 옹진군 제공
‘안전 벙커’서 TV 지켜보는 주민들 22일 오후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연평도 서남방 14km 지점 해역에 포격을 가해 연평도 주민 780여 명이 급히 대피소로 피신했다. 대피소에서 TV를 시청하는 연평도 주민들. 옹진군 제공
22일 오후 6시 20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는 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식사 중이던 주민도, 방과후 자습 중이던 학생들도 실제 상황을 의미하는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날 오후 6시 북한이 연평도 서남방 14km 지점에 있던 우리 해군 함정에 포격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평도에는 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북측의 사전 예고 없는 포격에 우리 군도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외부에 나가 있던 장교들에게 부대 복귀령을 내리는 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연평도 주민 780여 명은 마을방송을 통해 “실제상황입니다. 북한에서 우리 해군 함정에 포를 발사했으니 주민들은 모두 신속하게 대피해주십시오”라는 소식을 듣자 즉시 대피소로 피신했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도 긴급 복귀 명령이 내려졌다. 연평도 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안개가 많이 끼어 대부분 배들이 조업을 나가지 않았지만 바다에 있던 배 23척을 급히 불러들였다”며 “북한 포탄이 바다에 떨어져서 그런지 주민 대부분은 소리나 진동을 못 느꼈다”고 전했다.

사이렌 소리에 방과후 자습을 하던 연평중고교 학생 40여 명은 공부를 중단하고 학교 내 간이대피소로 달려갔다. 일부 학생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내 간이대피소에는 이불과 화장실이 없어 김병문 교장과 교사, 학생들은 1분 거리에 있는 보건소 대피소로 다시 이동했다. 이곳에 150여 명의 주민과 학생이 모여들었다.

김 교장은 “오늘 사이렌 소리는 훈련 때와 달리 실제상황에서 울리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긴장했지만 평소 연습한 대로 대피소로 이동했다”며 “연평도에서 가장 큰 1, 3호 대피소에 주민들이 대부분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호 대피소로 대피한 꽃게잡이배 선주 유대근 씨는 “퇴근하던 군인들도 급하게 군대로 복귀하는 걸 봤다”며 “저녁 식사시간에 갑자기 방송이 나와 어르신들도 많이 놀라셨고, 지난번 포격 때가 떠올라 불안했다”고 전했다. 이날 연평도에 짙은 안개가 끼어 인천으로 출항하려던 여객선이 떠나지 못해 많은 관광객이 남아 있다가 함께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오후 9시 20분경 비상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대피 3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이번 포격이 우리 해군 함정을 겨냥해 조준사격을 한 것이 빗나간 것인지, 아니면 위협사격을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평도 주민들은 3월 31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벌컨포 등을 발사해 대피한 데 이어 50여 일 만에 또다시 대피 소동을 겪었다. 4년 전인 2010년 1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 일대에 포탄 170여 발을 퍼부어 해병대 장병 2명과 공사장에서 일하던 민간인 2명이 숨졌다.

강은지 kej09@donga.com   
인천=차준호·황금천 기자 run-juno@donga.com
#북한#연평도 포격#연평도 주민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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