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북핵봉쇄… 北-中-파키스탄 은밀한 ‘3각 核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수위 높아진 北도발]파키스탄, 중국산 핵물자 공급 의혹

북한의 핵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파키스탄이 최근까지도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관련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은 자국 기업이 이 협력에 연루된 혐의를 알고도 묵살했으며 현직 북한 외교관도 이런 핵 협력 커넥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력 대북제재’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겠다는 국제사회의 공조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ANI통신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너지위원회(PAEC)’는 중국 ‘베이징 선테크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회 수출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핵·미사일 품목을 제공해 왔다. 파키스탄이 제공한 물자는 모넬(Monel), 인코넬(Inconel)과 같은 내열합금이다. 내열합금은 핵폭탄 제조에 쓰이며 로켓 추진 항공기 외피로 쓰이는 만큼 미사일 재료로 전용될 수 있다. 우라늄·플루토늄(핵폭탄 원료물질), 내열합금을 녹이는 진공유도(Vacuum Induction Melting·VIM) 용해로를 제공한 혐의도 포착됐다.

인도 언론의 보도에는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인 김영철, 장영선이 2012∼2015년 8차례 파키스탄을 방문한 사실도 거론됐다. 두 사람은 실제로는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소속으로 대량살상무기(WMD) 조달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올해 3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서 제재 대상으로 등재된 인물이다. 이들의 방문이 지난해까지 있었던 점으로 미뤄 북-파키스탄 협력은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국의 묵인이 지속되고 있다면 4차 북핵 실험이 이뤄진 올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북한과 협력 여부를 추궁받은 뒤 이를 부인하다 김영철, 장영선이 이슬라마바드, 카라치에서 찍힌 사진을 제시받은 뒤에야 접촉을 시인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지 않았다. ‘테러와의 전쟁’에 파키스탄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중국도 자국 기업이 북한 무기 개발에 연루된 혐의를 알고도 파키스탄을 핵공급국그룹(NSG) 회원국으로 집어넣기 위해 이를 덮은 것이 된다. 중국이 인도를 견제하려면 NSG에 파키스탄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파키스탄과 중국은 NSG 규정은 물론이고 NSG 금수 품목의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도 위반한 것이 된다. 하지만 NSG와 안보리 제재 모두 처벌 조항이 없어 두 나라의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취약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NSG 총회가 열리는 도중에 의장국인 한국이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울 총회에서 NSG 회원국 지위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 소속인 스테퍼니 클라인알브란트 씨는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보도를 올려 보도내용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대북제재위는 유엔 회원국의 제재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기관이다.

한편 알자지라 방송은 21일(현지 시간) “북한이 1996년부터 인도 ‘아시아태평양 우주과학기술 교육센터’에 과학자를 파견해 핵·미사일 기술을 배우고 있다”며 북-인도 커넥션도 제기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허진석 기자
#북한#중국#파키스탄#핵물자#핵실험#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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