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우리 군의 대북 군사전략에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쏘더라도 이를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한다면 타격을 당한 뒤에 반격에 나서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구축 완료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다. KAMD의 한 축인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은 최근 수십 km 상공에서 탄도미사일을 맞춰 파괴하는 첫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하지만 첫 시험일 뿐 넘어야할 산이 많다. 실전 배치를 위해선 10회 시험 발사를 실시해 8번 넘게 성공해야 한다. 전투기 요격 능력만 있던 천궁에 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가하는 개량 과정의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따라서 천궁은 2020년대 초반까지 기다려야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을 40km 이하 고도에서 요격하는 M-SAM과 함께 KAMD 다층 방어망 형성의 핵심이 될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50km 이상 고도에서 요격)도 2020년 중반에야 실전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5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군은 L-SAM의 개발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에서 아직 본격적인 개발 궤도에 진입조차 시키지 못한 상태다. KAMD에서 저고도 요격을 담당할 패트리어트-3(PAC-3) 개량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요격 고도가 30km 이하여서 요격 가능 시간이 매우 짧다는 한계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하루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같은 한계를 고려한 것이다. 2020년대 중반까지 M-SAM, L-SAM 개발을 기다리거나 요격 가능 시간이 짧은 PAC-3에 의존하기엔 북핵 위협이 너무도 커졌기 때문이다.
사드는 최고 150km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해 북한이 미사일에 실은 핵탄두가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7월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키로 결정한 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제3의 부지를 찾아나서면서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사드를 배치하겠다던 한미 양국의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사드 배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군 산하 연구기관 전문가는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면 우리로선 막을 방도가 없다”며 “사드 배치를 비롯해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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