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쏜 첫 미사일… “日 기절초풍할 작전” “태평양 작전 첫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北 미사일도발 3가지 노림수
“평양이 가장 안전” 역발상
日 지렛대로 몸값 높이기… ‘다음 타깃은 괌’ 으름장

북한의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에는 여러 새로운 노림수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 매체의 관련 보도를 분석하면 이번 도발 의도의 방점은 크게 ①첫 평양 발사 ②첫 일본 통과(김정은 체제 출범 후) ③첫 태평양 도달 등에 찍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①첫 평양 발사=통신은 “최고지도자 동지의 명령에 따라 우리 국가의 수도에서 첫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이 전날 국회에서 “발사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이뤄졌다”며 “비행장 발사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고한 것과 일치한다.

북한은 한미의 정보감시망을 피해 주로 동해안의 강원도 원산, 함경도 신포와, 내륙의 평안북도 구성, 자강도 무평리 등 외진 산악지대를 발사 장소로 택해 왔으나 이번엔 평양의 관문인 순안비행장을 택했다. 발사대를 평양으로 옮긴 것은 “평양이 가장 안전하다”는 ‘역발상’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미사일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 가능성을 밝혔지만 실제 평양에서 작전을 펼치기는 어렵다. 타격 순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북이 가장 촘촘한 평양의 방공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②첫 일본 통과=화성-12형은 최고도 550km까지 상승하며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 미사일이 일본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통신은 발사일이 경술국치일임을 들면서 “일본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 열도에 공포감을 한껏 고조시킨 이유는 미국의 핵심 우방인 일본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결국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술로 보인다. 미국이 북-미 대화를 할 듯 말 듯 ‘간을 보는’ 상황이 이어지자 아베를 지렛대로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것이다.

③첫 태평양 도달=김정은은 이번 도발에 대해 “태평양에서 군사작전의 첫걸음”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등 태평양으로 군사도발의 범위를 넓힌 것을 명확히 했다. 또 그동안 중장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주로 고각으로 쏴 비행거리가 1000km를 넘지 않았지만 이번엔 맘먹고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해 약 2700km의 최장 발사거리를 기록했다. 이젠 실험이 아닌 ‘실전 훈련’이 된 것이다. 타격 정확성을 비롯한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괌 주변을 포위사격 하겠다”는 북의 위협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미사일#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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