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급 도발 징후… 어디까지 날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긴장의 한반도]① 고각 발사 ② 북태평양 ③ 하와이 너머
美본토 근접은 위험부담 느낄듯

북한 김정은이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어떤 형태의 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8일부터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등 감시전력을 대폭 증강해 평양 순안비행장 등 도발 예상지역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화성 계열의 ICBM급을 미 본토 인근까지 쏜다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군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초대형 도발은 대북 군사행동을 촉발시킬 수 있어 섣불리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올 7월에 최대 사거리가 1만 km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을 두 차례 모두 고각(高角) 발사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최대한 과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에 바짝 근접하는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ICBM급 화성-13(고체엔진)·14형(액체엔진)의 고각 발사가 예상된다. 7월 28일 화성-14형 발사 때보다 더 높은 고도(4000km 이상)까지 쏴 올려 미 본토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위협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때처럼 화성 계열의 ICBM급을 정상 각도(35∼45도)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 너머 북태평양으로 쏠 가능성도 있다. 연료량을 조절해 ICBM급을 최대 사거리의 절반가량(약 5000km)까지 발사한 뒤 마음만 먹으면 워싱턴과 뉴욕도 핵타격권에 포함된다는 메시지를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화성-13, 14형을 하와이와 미 본토 사이의 태평양 공해상으로 1만 km 이상 날려 보낼 개연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ICBM급의 첫 실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해 대미(對美)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미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려 미국의 군사보복을 피하는 도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서부해안 등을 직접 겨냥해 ICBM급 도발을 하기에는 지리적 여건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군 당국자는 “평양에서 러시아 캄차카반도 상공을 지나 미 본토 방향으로 ICBM급을 쏘면 사거리 8200∼9500km 구간에 미 서부해안 대부분이 들어간다”며 “미사일 오작동이나 연료량 조절 실패 시 미 본토나 인근에 피해를 줄 우려가 너무 커 (김정은이) 이를 결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icbm#도발#하와이#북태평양#미사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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